[ET단상] 국방 SW를 살리자

 김봉관 MDS테크놀로지 사장 bongkwankim@naver.com

 

세계가 스마트폰에서 시발된 소프트웨어(SW) 혁명으로 난리법석이다. IT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HW)에서 SW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듯이 전쟁과 무기에서도 SW 중요성은 급속히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국방 무기 SW는 군 수뇌부의 무관심 속에 서서히 죽어 가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국방개혁도 군령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쟁에 이기기 위해 변화하는 미래 전쟁과 무기 환경에 대처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세계 최고 통신기업이었던 핀란드 노키아(Nokia)가 SW를 소홀히 하다 형편없이 추락한 사실은 국방에도 큰 교훈이 되어야 한다. 국방기술환경도 민간 통신기업과 유사하다. 전쟁도 네트워크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이미 스마트 전쟁으로 변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SW기술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 이라크전에 사용되었던 정밀유도폭탄 ‘제이담(JDAM)’이다. 재래식 폭탄에 SW를 내장해 항공기와의 정보교환을 통해 24㎞ 밖의 목표물을 불과 3m 이내에서 명중시키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군은 매년 방위력 증강예산으로 10조원의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군에서는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최신, 최고의 무기를 사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의 신무기도 SW 성능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방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약 110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수입go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무기 수입 3대 대국이 되었다. 문제는 그동안 외형적인 무기체계 도입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SW와 같은 핵심 기술개발 노력은 부진했다.

 물론 우리 군도 많은 무기의 국산화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SW가 아닌 HW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다. 그로 인해 우리 군은 운용중인 무기체계의 SW 기술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SW 해외 도입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 결과 국방 SW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현재 세계 14위에 머물러 있다.

 무기SW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 중의 하나가 전문 조직의 규모다. 한국군의 현재 무기 SW 전문 조직 규모는 놀라울 정도로 초라하다. 공군SW지원소에서 SW 성능개량을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해군과 육군은 전담 조직 자체가 없다. 해군과 육군의 무기 SW성능 개량은 누가 하는가? 무기 구입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방위사업청도 SW 전문조직은 총 8명이 전군을 지원하고 있다. 차마 공개적으로 언급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또한 우리 군은 절충교역을 통해 해외에서 도입한 국방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게 직접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군이 보유한 핵심 기술이 충분히 활용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일단 문제의 중요성이 인식되었다면 다음은 결국 조직과 예산이다. 필자는 국방 차원에서 민군이 함께 참여한 무기체계 SW 전문 연구기관을 창설할 것을 제안한다. 이 기관이 미래 국방 핵심 SW 개발을 주도하여 선진국의 기술 종속을 탈피하고 SW 중심 국산화를 실현해야 한다. 나아가 민군협력으로 이스라엘처럼 방위산업의 신성장 동력화로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방 SW에 힘을 실어야 할 시점이다. 아는 것은 더 이상 힘이 아니다. 실행만이 힘이다. 각 조직의 미래는 현재 리더의 통찰력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