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中企 SW 인재유출 대책, 실행이 미덕

[ET단상]中企 SW 인재유출 대책, 실행이 미덕

3년 내내 공들여 육성한 경력 5년차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가 협업하던 대기업으로 이직한다고 한다. 올해 들어 핵심 SW 인력 수명이 대기업으로 유출됐다. 제발 그만 좀 데려가라고 호소도 항의도 여러 차례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청년실업 30만명 시대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찾기는 어렵다. 막상 채용해도 현장에 제대로 투입하려면 3년 이상은 교육시켜야 한다.

이는 비단 우리 회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어느 중소기업이든지 SW 인력문제는 최대 고민거리다. 중소기업에서 핵심인력 유출은 생명줄이 끊기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대기업의 SW 전문 인력 양성 로드맵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보다 오히려 심화된 SW 인력의 핵심 문제는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고급 인력이 증가할 확률도 높아진다. 양이 차야 질적 전환도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처우를 받는다는 선입견 때문에 SW 전공자는 줄어들고 있다. 대학 입시제도 개선도 고려해 봐야 한다. 문·이과를 구분해 대학 지원학과를 정하면 이공계 지원 창구가 좁아지게 된다. 융합형 인재의 SW 진입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이과 계열을 구분해 대학을 지원하는 제도는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 아울러 인문 사회계 대학 졸업자도 정부가 투자해서 SW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SW 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창의적 융·복합형 인재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SW 고급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SW 고급인력은 통찰력을 가지고 SW로 문제와 과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내는 통섭형 인재를 말한다. `두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한국소프트웨어종합학교(한소종)`를 설립할 계획을 발표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학교에서는 SW 공학 교육을 확대하고 산업 현장에서는 원천기술 기반의 시스템 SW 산업을 육성하면 고급 인력 증가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또 SW 교육 전문 기관을 활용해 인문계 출신자들에 대한 SW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통섭형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세 번째 핵심 문제는 중소기업 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인력 역류 현상이다. 중소기업이 공들여 키운 인력을 대기업이 빼내가는 것은 일종의 힘의 논리일 뿐이다. 중소기업은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대〃중소기업 간 격차도 심화된다. 이는 벤처 생태계 환경 조성을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 취지에도 위배되는 일이다. 정부의 적극적 대처와 실효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중소기업 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된 사례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 인력을 채용하면 이에 상응하는 교육훈련비를 `생태계 상생 펀드`에 출자하는 제도 신설을 제안한다. 이 펀드는 중소기업이 인력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한 의미 있는 협업모델이 될 것이다.

우리는 SW 산업이야말로 ICT 분야의 핵심 성장동력임을 알고 있다. 또 SW 산업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도 다 알고 있다. 이제 산업계, 교육계, 정부가 가장 타당한 해법을 찾아 공유하고 강력하게 집행해야 한다. 인력 선순환 구조를 정책적으로 만들어서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할 때다. 실행이 미덕이다.

이상헌 MDS테크놀로지 대표 sangheon@mdstec.com